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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석교수 연재 및 방송/쉽게 배우는 '트랜드 경영학' 연재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중대한 선택, 승계(Succession)

by 이박사성공TV 2021. 1. 21.

 

 

 

<GE의 크로톤빌은 승계를 고민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큰 영감을 준 시스템이다>

 

 

 

인류의 숙제, 승계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물음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도 논의되고 있는 철학적 핵심 사안이다. 이 질문에 대해 수많은 답변과 논리가 주장되어 왔는데, 이중 인간을 일차적 존재로 전제하더라도 종족 번식과 번영에 대한 본능이 DNA에 각인되어 있다는 관점은 매우 고전적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단서가 되고 있다.

종의 기원과 번영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증명된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겨나고 사라져갔던 국가들을 살펴보면 그 내면엔 왕조의 대를 잇기 위한 노력,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갈등과 봉합, 번영 또는 쇠퇴의 과정이 교차한다. 비단 왕족뿐이었는가? 평범한 백성에서부터 관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역사와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한 무수한 노력들이 펼쳐져왔고 이것이 집안의 가문과 가풍을 만들어 왔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성()의 본관, 가문마다 전해지는 족보 등이 결국 인간이 자신들의 대를 잇기 위한 본능과 노력의 산물이었음을 뜻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누적된 결과를 인류의 역사(歷史)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렇듯 인류의 가장 큰 숙제이자 지상 과제는 대를 잇는 승계(承繼) 문제였다. 사전적으로 승계란 전임자의 뒤를 이어받음이라는 폭넓은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의무를 이어받는 일과 같이 법률적 의미 역시 내포하고 있다. 과거엔 역할 분담 및 계승의 의미가 컸다면 현재는 합법적 권한 부여의 의미로까지 확장되었음을 뜻한다. 이러한 승계와 관련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승계의 대상 및 조직까지 바꿔버리고 말았다. ‘우리 집안’, ‘우리 핏줄등과 같은 혈통 중심의 승계가, 타인에게 권리와 의무를 넘겨준다는 탈() 혈통적 시야로까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조직에 있어 승계 이슈는 기업의 지속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창업과 성장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대를 지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업의 조직문화, 기업가 정신, 각 기능별 역할 등을 다음 담당자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현대 기업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제 아무리 유능한 인재일지라도 인간의 한계 수명을 넘어 설수는 없는 것이기에, 자신이 보여줬던 훌륭한 성과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줄 후임자를 육성하는 것이 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결정짓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통해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직접 잡아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말엔 승계의 핵심이 숨겨져 있다. ‘자신이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은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가 된다.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 왜 중요하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필자는 기업 강의를 통해 승계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있어 훌륭한 사람은 자신이 보여주는 성과가 높지만, 탁월한 사람은 자신이 달성한 높은 성과를 타인에게 복제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결국 승계 문제는 훌륭한 역량의 대물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을 가장 잘 시스템으로 구축한 초일류 기업 중 하나가 GE(General Electric)이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기업으로 유명한 GE125여년의 역사동안 총 10명의 최고경영자가 승계 과정을 거쳤다.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등 한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을 주도한 유능한 최고경영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한 GE의 경영진 승계 과정의 철저함은 GE의 글로벌HR 총책임자인 수잔 피터스(Susan Peters) 수석부사장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그는 GE가 생각하는 가장 큰 지상 과제는 투자자, 고객, 직원을 아우르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리더들을 양성하는 것이며 차기 최고경영자의 선임 프로세스가 이 중 가장 중요한 절차임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GE는 이런 승계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6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한다. 승계 과정을 신중이란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잘 나가던 기업도 불완전한 승계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수없이 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하였기에 그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성공적인 승계가 이루어졌다면 어떤 노력과 과정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교훈을 얻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GE는 차기 최고경영자를 선출함에 있어 1)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의 선정(이사회와 경영진의 논의를 통해), 2) 도전적 과제를 부여하여 경영진이 갖추어야 할 경험치를 높임, 3) GE에서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보들을 평가(임원 평가, 리더십 역량, 동료 평가 피드백 등), 4) 승계 시기에 대한 논의, 5) 마지막 후보들과 이사회와의 심층 면담 등의 과정을 장장 6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진행한다. 각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시스템은 GE만이 보유한 핵심역량이겠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승계 과정에 대해 보통의 기업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GE의 승계 이슈가 차기 최고경영진 선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크론톤 빌이라는 사내 자체 인재 육성 사관학교를 만들어 각 직무별 역량 개발과 리더십 발전에 힘씀으로써 각 부서별, 직무별 인재들 간의 승계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게 대비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사회에선 가장 선호하는 기업 인재로 GE 출신의 인적자원을 뽑는데, 바로 이러한 기본적 역량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기본적인 신뢰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승계를 이뤄내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것을 직시하는데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들은 시장 환경을 조사하는데 있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있어,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거래처와의 협상을 하는데 있어, 제품 생산 원가와 불량률을 조절하는데 있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지만 승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언젠가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와 같은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오너 경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는 이 문제를 더욱 경시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결국 기업의 전체적인 문화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경영진이 승계와 관련한 업무 인수인계 및 권한 부여 프로세스에 둔감하다면, 관리자가 아닌 일반 종업원들 역시도 그들의 업무 인수인계에 있어 별다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들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역량 역시 떨어질 수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영향 관계를 따져볼 경우 결국 기업 내 승계 이슈는 단지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에 국한된 주제가 아닌, 기업 내 전체 종업원을 아우르는 큰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승계에 대한 모든 기업들의 입장과 관점은 다를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절차 역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는 모두가 같다. 결국 승계 과정은 얼마나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며, 얼마나 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25년이라는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GE가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만날 때마다 혁신하고 개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승계 프로세스 속에 숨겨진 훌륭함의 대물림을 기업 DNA로 체화 시켰으며 승계를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까?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