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의 한국 기업 노동자 구금 사태, 동맹의 민낯을 드러내다
트럼프의 미국이 자꾸만 선을 넘는다. 진정 트럼프의 집권 시기에는 줄타기 외교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며칠 전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구금된 것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불법 체류 단속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미 관계의 미묘한 균열과 정치적 계산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속내: 불법 체류 단속인가, 정치적 쇼인가
미국 정부는 늘 "국민의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불법 체류자와 취업자를 겨냥한 대대적인 단속,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 노동자들이 걸려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법 집행으로만 볼 수 있을까?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판에서 이민 문제는 가장 뜨거운 화두다. "강경한 단속"은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정치적 퍼포먼스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에서 미국 내 입지를 넓혀왔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내 노동계가 느끼는 불안감, 정치권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맞물리며 한국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표적이 된 것이다.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현실적 피해
피해는 곧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노동자들이 구금되면서 생산 현장은 공백이 생겼고, 납기 지연과 비용 상승이라는 부담이 기업 경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보다 더 아픈 건 사람이다. 생계가 끊긴 노동자들, 가족과 떨어진 채 구금된 교포들, 그리고 한국에 남겨진 가족들의 불안과 분노다.
한국 사회 안에서는 "동맹국이라면서 왜 한국인을 이렇게 다루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과 비교해 한국 기업이 더 가혹한 처우를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문제, 즉 반미 감정으로 번질 수 있다.
동맹, 과연 우리를 지켜주는가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동맹은 우리를 어디까지 지켜줄 수 있는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굳건한 동맹을 강조하지만, 경제 영역에서는 언제든 국익이 충돌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미국의 시선에서 한국은 전략적 파트너지만,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다. 안보는 동맹, 경제는 경쟁이라는 이중적 구도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한국은 이제 몇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외교적 대응이다. 구금된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고 조기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제도적 보완이다. 해외 진출 기업들이 합법적 고용 절차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국내 여론 관리다. 국민들이 동맹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만 반응하지 않도록, 사건의 배경과 대응 방안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동맹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스스로의 제도와 전략, 그리고 외교력을 통해 자국민과 기업을 지킬 힘을 길러야 한다.
맺으며: 동맹의 민낯
미국의 한국 기업 노동자 구금 사태는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다. 그 속에는 정치적 계산, 경제적 이해, 그리고 동맹의 한계가 동시에 숨어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이 곧 우리의 안전망은 아니다.”
한미 관계는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맹이라는 틀 안에서도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국익이고,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