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재해관련 사건사고에 대해
해당 기업 및 기관에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와 기준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부의 태도가 기업들의 활동과 자율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금이라도 잘못된 문화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 나라의 산업재해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파악하여
현재 우리의 상황을 객관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위험한 직업군으로 꼽히는 군인이나 경찰, 소방대원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망자가 산업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이익률 감소, 자율성 침해가 자본주의 사회의 매우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개개인의 목숨의 가치보다 높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가족이, 내 친지가 산업현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쉽게 넘길 사안은 절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지금까지 잘못 걸어왔더라도 결국은 가야할 길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이치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과 향후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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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건설 현장은 아직도 너무 많은 생명을 잃고 있다. 올해 2월 천안 고속도로 확장 공사 중 교량 붕괴로 4명이 숨진 사건은(2월 25일)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가”를 다시 묻게 했다. 이런 비극은 드문 예외가 아니라, 고질적 안전 취약의 결과다. The Washington Post
1) 데이터가 말해주는 현실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사고사망만인율’(산재 적용 근로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은 0.39로 처음 0.3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고용노동부
- 같은 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98명이고, 이 중 건설업이 303명으로 최다였다. 즉 전체 산업 사망에서 건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KDI 경제정보센터
- 더 뼈아픈 비교도 있다. 2023년 한국 건설업 사망률은 10,000명당 1.59명(=100,000명당 15.9명)으로, 주요 OECD 상위 10개국 평균의 약 2배이자 최악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Korea Joongang Daily매일경제
2) 선진국과의 ‘규제·성과’ 비교
공정한 비교를 위해 단위를 100,000명당 사망으로 통일하면 다음과 같다.
- 영국(UK): 건설업 치명적 재해율이 약 1.65명/10만명. 수치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설계 단계 위험 제거’와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책임을 명확히 하는 CDM 2015 체계가 안전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린다. 더 나아가 중대 사망사고에 대해선 **기업과실치사법(2007)**으로 무제한 벌금 등 강력 제재가 가능하다. IOSH MagazineHSE+1
- 미국: 2023년 건설업 사망률 9.6명/10만명. OSHA가 반복·고의 위반에 최대 $165,514/건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집행을 강화한다. Bureau of Labor Statistics직업 안전 건강 관리국
- 일본: 2023년 전 산업 사망률 1.38명/10만명으로 매우 낮은 편이며, 같은 해 건설 분야 사망자 수는 223명(전체의 30%). 전 산업 기준이지만 안전 관리의 ‘저변’이 달라져 있음을 보여준다. JishaNippon
이 프레임에 한국을 놓고 보면, 한국 건설업 15.9명/10만명은 영국(1.65)의 약 10배, 미국(9.6)의 약 1.7배 수준이다. OECD 평균(전 산업 2.4명/10만명 안팎)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다. Korea Joongang Daily조선비즈
3)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제도 설계와 집행의 정합성
선진국의 낮은 사망률은 단순한 ‘작업장 단속’의 결과가 아니다. 설계·발주·시공 전 과정에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박아 넣은 제도, 그리고 실효성 있는 처벌·공시·보험·조달 연계가 촘촘히 결합되어 있다.
- 영국 CDM 2015: 발주자는 주요 설계자(Principal Designer), **주요 시공자(Principal Contractor)**를 적정 시점에 지정하고, 위험 제거가 설계단계에서 진행되도록 의무를 진다. 미이행 시 집행과 처벌이 뒤따른다. HSEMake UK
- 기업과실치사법: 조직적 관리 실패로 사망이 발생하면 무제한 벌금과 공표명령 등 강력 제재가 가능하다. “과태료 몇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HSECrown Prosecution Service
- 미국 OSHA: 매년 물가연동으로 최고 과태료 상향·집행 강화. 반복·고의 위반엔 강경 대응한다. 직업 안전 건강 관리국
한국도 손 놓고 있지 않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벌금)과 기업 벌금(최대 50억 원)까지 규정한다. 2024년 1월부턴 5~49인 사업장으로 적용이 확대됐다. 다만 법의 취지와 현장 실행력 사이 간극을 더 좁혀야 한다.
4) 한국이 ‘지금 바로’ 손댈 5가지
- 설계단계 위험 제거를 의무화: 영국 CDM처럼 발주자·설계자·시공자의 안전책임을 전 주기에 명문화하고, F10(공사 신고) 등과 유사한 프로젝트 안전계획 제출·검증을 제도화하자. 종이계획이 아니라 허가·공사비와 연동하자. HSE+1
- 중소현장 맞춤 집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넓어진 만큼, 5~49인 현장을 위한 표준 템플릿·컨설팅·감리비 반영 등 현장형 지원+강한 집행을 병행하자. 김창
- 추락사고 ‘원포인트’ 특화: 한국에서도 추락이 최다 유형이고(올해 상반기 44.9%), 영국도 치명사고 1위는 ‘높은 곳에서의 추락’이다. 난간·개구부 덮개·와이어라이프라인·이중 안전망·앵커 포인트 의무화 등 **공학적 통제(Engineering Controls)**를 표준화하자. 뉴시스HSE
- 조달·입찰에 안전실적 강력 연동: KOSHA의 ‘사고사망만인율’ 지표를 공공·민간 대형 발주에 가중치로 반영하고, 사망사고 은폐·반복 기업은 ‘블랙리스트+벌점’으로 실질 제재하자. const.kosha.or.kr코샤
- 이주노동자 안전권 보장: 한국 산재 사망자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다. 다국어 교육·감독 인력 확충·언어장벽 해소 장비(픽토그램, 음성가이드) 등을 표준화하자. 뉴시스
5) 결론: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본”
한국은 2023년에 전체 산업 기준 지표를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0.39/만명), 건설업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현격히 높은 사망 위험을 노출하고 있다(한국 15.9 vs. 미국 9.6 vs. 영국 1.65/10만명). 구조적 처방—설계단계 위험 제거, 책임의 명확화, 실효적 처벌과 조달 연계—없이는 숫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건설사·발주자·정부 모두가 “공정·기간·원가” 우선순위에 **‘생명’**을 최상단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다. 고용노동부KDI 경제정보센터Korea Joongang DailyBureau of Labor StatisticsIOSH Magazine
※ 출처(일부): 고용노동부 보도자료·통계, KDI 정책자료, HSE(영국) 통계·CDM 가이드, OSHA(미국) 벌칙 공지, JISHA(일본), 국내외 언론 보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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