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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석교수 연재 및 방송/쉽게 배우는 '트랜드 경영학' 연재

겸손(humility)과 오만(hubris) 사이

by 이박사성공TV 2021. 1. 12.

<2017. 7월자 원고>

 

경영자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이슈는 향후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할 이슈로 판단된다.   

 

 

 

<영화 '트로이'의 아킬리우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 중 하나는 성공한 기업인들의 이른바 갑질논란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한번쯤 맛을 봤을 법한 유명 외식 업체의 대표가 비상식에 가까운 행동을 자행함으로서 국민과 사회를 분노케 하였다. 이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부패나 반윤리적 행위에 대한 대한민국 사회의 민감도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들이기에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높지만, 사실 경영계에선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이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조직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아서 성장과 성공, 번영과 쇠퇴 및 몰락의 과정을 되풀이하게 된다. , 서양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강대국들이 이 같은 과정을 겪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범위를 좁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문이나 기업들도 그 영광을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한다. 이에 기업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경영학에선 어떻게 기업이 번영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지속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을 위해선 어떤 면을 갖추어야 하는지가 중대한 문제로 부상하였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번영과 몰락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기업 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질 수 있을 것인데, 우선 외적 요인부터 살펴보면 기업을 둘러싼 거시적 경제 상황, 소비자들의 시대적 요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요인은 시대적 위기이자 기회로써 일종의 (luck)’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결국 이 같은 상황을 미리 대비하거나 기회로 삼는 경영자와 경영진의 결정과 선택이 따른다는 점에서 운에 대처한 의사결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내적인 요인은 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해당 기업만의 핵심역량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임으로 의 영향이 미비할 수밖에 없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역량을 갖추기 위한 경영진의 끊임없는 노력과 시스템 구축 의지가 차별화 된 역량을 만들어 내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외부 환경 변화에는 관심 없이 역량 개발에만 치중할 경우 우물 안 개구리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과거 일본 전자 제품 기업들이 카세트 테입 시장의 독보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MP3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빼앗겼던 사례처럼 내적 요인이 충족되더라도 외적 상황을 바라보는 경영자의 통찰력이 없다면 지속경영은 요원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 내적 요인에 대한 내용을 종합해 볼 경우 기업의 번영과 몰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영자의 선택과 대응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은 경영자로 시작하여 경영자로 끝난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그들의 영향력이 결국 해당 기업의 번영과 생존, 쇠퇴와 몰락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이기에 성공적 경영을 위해선 반드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 된다.

 

겸손한 경영자’ vs ‘오만한 경영자

 

최근 경영자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태를 두고 휴브리스(hubri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용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트로이 전쟁 중 그리스 연합군의 전쟁 영웅 아킬레우스의 행위로부터 기원되었다. 트로이 원정 전쟁을 떠나 큰 공을 세웠지만 총 대장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전투를 방기하게 되면서 그리스 연합군은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적의 총대장인 헥토르에게 전사하게 되면서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결국 전쟁에 다시금 참여하게 되고 결국 헥토르를 살해하여 빚을 갚게 된다. 여기서 휴브리스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헥토르를 살해한 아킬레우스가 분을 삭히지 못해 헥토르 사체를 그의 마차에 매달고 트로이 성을 돌며 공성전을 펼치던 트로이 인들을 조롱한 행태를 벌였고 호메로스는 이를 오만한 행위라고 표현하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경영학 전략분야에선 경영자의 오만함(hubris)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논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경영자의 성공적인 사업 전략으로 경쟁력 및 수익성이 향상되면 경영자 스스로가 자신을 과신하는 경향성이 생겨나고 성장 관리를 위한 강력한 보좌진을 구축하게 된다. 이는 외부적으론 자만적인 행위(성공의 신화화)와 내부적으론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통제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결국 기업가 정신을 약화 시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영 방식을 낳게 함으로써 성장률 저하, 쇠퇴, 몰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몇몇 성공한 기업들의 경영자들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행태는 바로 이러한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 역시도 사업 초기의 시점에선 자신의 다짐이나 신념에 대한 태도가 달랐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글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고, 크고 작은 실패에 좌절감도 맛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만들어낸 성공적인 전략 덕분에 환호하였고 자기 통제에 실패하게 되면서 이 같은 길을 걷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를 억제하고 방지하기 위한 경영자의 역량으로써 겸손함(humility)’이 강조되고 있다. 자신이 이룩한 업적과 결과를 조직원들에게 돌릴 줄 아는 진심과 태도,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용기가 결국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객관성을 높여주고 조직원 전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쳐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이 같은 경영학의 이슈가 가지는 연구 결과보다는 그 안에 내재된 가치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자 역시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이며 이 속엔 겸손함과 오만함이 공존할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듯이 인간은 그 자체로 복잡하고 오묘함을 가진 존재다. 계속된 크고 작은 성공적 경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선망이 대상이 된 경영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 한 구석에서 오만함이 싹 틀 수 있으며, 그러던 와중 얘기치 못한 경영환경의 변화나 사건으로 인해 실패를 경험한다면 이를 계기로 겸손함을 갖추게 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사의 기본적인 이치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기업을 운영하는 선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존재이자 모든 인간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변화의 불안정성을 내재한 존재로도 볼 수 있다. 책임감이란 바닥위에 오만을 경계하고 겸손을 지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존재, 그것이 경영자의 숙명이다.

 

경영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

 

훌륭한 경영자는 자신이 가진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것이 기업에게 미칠 위험(risk)에 대비하는 자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간단히 두 가지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째는 경영자 스스로가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이 이룩한 성공적인 의사결정은 차치하고 항상 자신의 마음속에 싹트고 있는 오만함은 없는지, 과거에 비해 자신이 변화된 점은 없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제도를 바라보며 언제나 위기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경계의 태도는 분명 기업을 더욱 강건하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영자 스스로의 노력만큼이나 조직 내 경영자의 독선적 행위를 꼬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미국의 FBICIA에서는 작전 수행 시 항상 프로젝트 리더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내놓고 시비를 가리는 팀을 함께 배치한다고 한다. 일명 악마옹호론자(devil's advocate)라고 불리는 이 역할은 조직 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잘못된 판단과 독선적 행동으로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경계하고 완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가와 시대를 불문하고 성군으로 불리는 왕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업적과 능력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경우에 따라선 충언을 서슴지 않았던 신하와 조직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훌륭한 리더는 뛰어난 전략과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량을 갖춤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자. 그리고 내 안과 밖에서 흘러나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