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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석교수 연재 및 방송/쉽게 배우는 '트랜드 경영학' 연재

어떤 양손잡이 인재가 될 것인가?

by 이박사성공TV 2020. 3. 16.

 

오른손잡이시대의 종말을 고하다

 

어린 시절 까마득한 기억 속엔 왼손잡이였던 내가 있다. 유독 왼손의 사용이 편하게 느껴져서 밥을 먹을 때도, 동네친구들과 뛰어 놀 때도 언제나 왼손이 우선이었다. 그랬던 내가 오른손잡이로 전환한 계기가 있었으니, 개구쟁이 형과 장난 중 넘어지면서 왼팔이 골절된 사건이 그것이다. 사회적 통념상 오른손잡이가 표준이자 정상으로 여겨지던 때였으니 어머님께서도 이때다 싶어 내 성향을 바꾸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셨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오른손잡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틴 바인만이 쓴 <손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전 세계 인구 중 10% 가량의 왼손잡이들과 이보다 훨씬 적은 수의 양손잡이들을 제외한 85% 이상의 인간이 오른손잡이로 살아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양에서 조차 오른손잡이가 표준인 사회적 시스템이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야구, 농구, 복싱 등의 스포츠 분야를 위주로 왼손잡이가 가지는 장점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오른손잡이보다 왼손잡이가 부족하다는 희소성에 입각한 장점으로 볼 수 있겠다. 오히려 기원전 3000년경에는 오른쪽이라는 단어는 있었지만 왼쪽이라는 개념은 없었으며 이후 왼쪽의 개념이 생겨난 뒤에도 불길하고 나쁜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야말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왼손잡이들의 수난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뇌 과학의 발달로 오른손잡이가 주도하던 세상 속에서 왼손의 사용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좌뇌의 발달을, 왼손잡이의 경우 우뇌의 발달을 촉진시키는데 균형적인 뇌의 발달을 위해선 오른손 위주의 생활에서 왼손의 사용을 늘림으로써 양손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우뇌는 인간의 감성을 담당하는데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을 전공하는 집단에선 왼손잡이 및 양손잡이의 비중이 타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만 보더라도 이 같은 주장은 꽤나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자녀들의 영유아기 교육 과정 속에서도 과거와 같은 오른손 중심의 습관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다.

 

바야흐로 양손잡이의 경쟁력이 주목 받는 시대다. 이는 환경적 변화 수준이 가장 극심하다고 판단되는 경영 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과거 기업의 경쟁 우위는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전략의 일관성과 실행에 의해 나타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으나, 세계화의 진행과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일관성외에도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무리 강인한 기업이라도 한쪽 손밖에 사용할 수 없다면 방패중 하나를 택일해야하지만 양손을 사용할 수 있다면 한 손엔 을 다른 손엔 방패를 들고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양손잡이 경영(ambi-dexterity management) 트렌드의 핵심이다. 이러한 개념의 확산은 일시적인 유행일까, 기업 운영의 필수적 요인이 될까? 논의를 이어가 보도록 한다.

 

 

 

전통적 경쟁전략양손잡이경영의 모순

 

현대 경영전략 분야의 큰 획을 그은 마이클포터 교수는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들에 비교하여 경쟁우위를 가지려면 크게 1. 원가우위전략(cost leadership strategy), 2. 차별화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 3. 집중화전략(focus strategy) 중 하나의 전략을 택하여 일관성 있는 전략 실행이 있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 같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생산 과정에서 비용 상의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추구하든지 경쟁 기업들을 압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펼칠지 선택해야 하며, 규모나 자금상의 불리함을 안고 있다면 해당기업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의 주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경쟁 우위는 세 가지 전략 유형 중 하나를 택하여 일관성 있게 경영하지 못할 경우 어중간한 상태(stuck in the middle)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지금까지도 많은 경영자들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불문율로 여겨져 왔다. 예컨대 원가우위에 기초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하루아침에 타사와 차별화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반대로, 고가의 프레스티지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이 대량생산 체제를 동시에 추구한다면 제품 희소성 감소로 인한 브랜드 가치의 하락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 환경은 경영학 역시 변화시켰다. 세 가지 경쟁우위 전략 중 하나에 집중하여 기업을 운영하더라도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 우물만 깊게 파도 충분한 물을 확보할 수 있었던, 한 손만으로 공격 또는 방어를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그로인해 오랜 기간 경쟁 우위를 보장받았던 시장 환경은 온데간데없고, 끊임없이 내일의 먹을거리를 고민해야만 하는 초경쟁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양손잡이 경영(ambidexterity management)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영전략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원가우위를 추구하는 동시에 차별화를 추구하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과거엔 경영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던 행위가 지금은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을까? 몇 가지 예를 통해 이해를 돕도록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는 본래 타사와 구분되는 저렴한 항공료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방향의 전략추구만으로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이 어려울 수 있음을 깨닫고 웨이팅이 없는 탑승방법, 승무원들의 서비스 차별화, 기내 고객들과의 소통 서비스 등의 차별화 된 컨텐츠를 제공함으로써 30년간 연평균 20%이상 성장하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역시 최초에는 원가우위전략에 집중하였지만, 꾸준히 제품 차별화를 이뤄내기 위한 투자가 누적되면서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두 기업이 확보하게 된 원가 및 차별화 경쟁 우위는 짧은 글로는 설명이 불가한 사항임을 밝힌다). 두 기업 모두 양립하기 힘들 것이라 여겨졌던 다른 방면의 전략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했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이 같은 면이 양손잡이 경영 방식이 가지는 핵심 포인트가 된다.

 

 

 

별종능력자의 사이

 

이상에서의 논의는 과거 절대적 공식으로 여겨졌던 경영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더 이상 기업의 생존과 경영우위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특히, 기업 운영의 핵심인 경영자와 경영진의 사고가 경직되고,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가 안일하다면 기업의 명운은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현재 기업이 취하고 있는 전략의 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상반된 전략적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된다. 물론 이러한 양손잡이 경영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한 손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반대 손의 사용을 요구하면 모든 면이 어설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이 능수능란한 양손잡이가 되기 위해선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 손잡이에 불과했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양손잡이 능력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을지 생각해보자. 처음엔 자신의 익숙한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을 것이고 업무상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주변에선 이런 기업의 활동을 별종정도로 치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던 전략들은 결국 하나로 통하고 그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었다. 기억하자. 순간의 성공과 만족감을 느끼는 기업은 여럿 존재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며 이들 중 다수는 양손잡이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임을. 양손잡이 경영은 시대적 유행이 아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임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