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고경영자를 둘러싼 사건, 사고로 매스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 이하 CEO)는 기업 조직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일선에서 일어나는 경영의 프로세스 상 최후의 판단을 내리는 ‘의사결정’의 결정체로 인식되기에 이들 행보 하나하나에 눈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 스타 CEO의 경우엔 이들의 경영 방식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을 둘러싼 주변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기업에서 가지는 ‘상징적’ 지위는 최고경영자에게 큰 영광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 내 종업원들이 경영자에게 거는 기대감과 행보에 대한 관심은 경영자에게 사명감과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기 다른 잣대와 가치관에 따른 평가로 인해 직무 수행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장 화려한 자리에 있지만 그 어느 직위보다도 큰 부담스러움을 가지고 있는 최고경영자 직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낯선 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가지는 직무상의 역할과 책임 활동,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자칫 성급한 판단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 역시 존재한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1. 정의되지 않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
직무기반(job based) 중심의 급여시스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기업들의 일반적이고 대표성을 가지는 급여체계이다. 동양의 경우 기업 내 급여를 산정하는 기준이 경력과 연공서열인 점에 반해, 직무급은 자신들이 하는 직무상의 특성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실제로 일반적인 대기업의 인사부서에선 각 부서별, 직급과 직위에 따라 기대되는 직무상의 역할, 필요 되는 능력 등을 ‘직무기술서’로 문서화하여 직무 평가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 된 직무라는 용어는 ‘기업 내 특정 직위 상에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 정도로 이해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직무라는 개념을 최고경영자라는 직위에 적용할 수 있을까? 좀 더 쉽게 풀어 보자면 최고경영자라는 직위를 수행하게 될 경우 이들이 해야 할 일의 종류와 책임 범위를 종업원들의 직무기술서처럼 정형화하여 작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에게 구체적인 직무를 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주하고 있는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이를 감지하여 이에 상응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이기에 때로는 즉흥적이고 이벤트적인 의사결정과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최고경영자들의 경우, 협력사나 경쟁사, 정부 등의 관계자와의 미팅이 주요한 활동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것을 직무기술서 상에 정의하고 역할과 책임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들의 ‘정의될 수 없는 직무상’의 특성은 이들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되는 동시에 위험성을 높이는 동인으로써도 작용될 수 있다. 먼저, 뛰어난 최고경영자는 통찰력에 기반 한 의사결정을 통해 죽어가는 기업을 살리거나, 수십 배의 성장을 일으키는 퀀텀 점프를 이뤄내기도 시작이 되기도 한다. 물론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적정한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마도 일반 평사원들에 비해 이들의 임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은 이유는 이 같은 정의되지 않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의사결정자’가 가지는 책임감에 대한 보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급하였듯 최고경영자의 직무의 불확실성은 그림자와 같은 면 역시 존재한다. 경영자가 그린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모든 일들이 진행된 다면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쇠퇴와 패망의 길을 걷게 된 사례들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최고경영자라는 자리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무엇을 해야만 하지만, 어느 누구도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알려주지 않는 자리’ 이것이 최고경영자가 마주하는 숙명이자 업무상의 특성이다. 때문에 이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일반 종업원과 명확히 구분되는 직무상의 특성 차를 반드시 이해하여야만 한다.
2. ‘개인적 특성 = 기업’을 상징(symbol)하는 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야구에서 각 팀의 감독들은 팀을 이끄는 최고리더이자 야구 스타일을 결정짓는 상징적 존재로 인식된다. ‘야신’, ‘야왕’, ‘야통령’ 등 다양한 수식어가 감독을 꼬리표가 되어, 팀을 이끄는 내내 그들의 뒤를 쫒는다. 이렇듯 어느 스포츠이든, 어떤 팀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감독은 ‘개인’의 의미를 넘어 팀과 단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기업이라는 집단에서 최고경영자의 역할 역시 스포츠 팀의 감독직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학자들은 최고경영자를 조직을 상징하는 존재이자, 성과 및 결과에 책임을 지는 존재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최고경영자의 정체성은 결국 대중들에게 경영자가 지니는 개인적 특성과 조직의 이미지를 동일시하게 함으로써 ‘경영자의 개인적 특성=조직’이라는 등식 관계를 성립시키게 된다. 예컨대, 혁신과 창의성의 선두주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언행과 행보, 가치관 등이 ‘애플’이라는 기업의 브랜드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스티브 잡스=애플’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 역시도 이들의 가치관이나 개인적 특성이 그룹 문화와 동일시되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인지되고 있는 것 역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역시 인간이기에 때론 이들이 보여준 비인격적이고 모욕적인(abusive supervision) 행동과 언사가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 잡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 언론기관을 통해 보도된 한 기업체 대표의 종업원 폭행영상은 모두를 큰 충격에 빠뜨렸으며, 해당 기업 역시 좋지 못한 이미지로 낙인찍히게 되어 향후 사업의 방향성이 매우 불투명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듯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특성이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현상은 최근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정보화로 인해 기업 경영에 대한 정보가 투명해지고 있고, 미디어의 발달로 이들의 행보가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들이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로써의 역할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라는 직위는 앞서 제기한 두 가지 특성을 가지는 자리인 만큼 경영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할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되었다. 기업의 앞날을 결정짓는 최고의사결정자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어려운 자리이며, 이들의 개인적 특성과 행실이 기업의 브랜드를 결정짓는 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는 자기 경영과 기업 경영의 균형을 다잡기 위한 진실 된 노력이 요구된다.
경영자가 내린 한 두 번의 좋은 의사결정으로 인해 큰 성장을 이루는 기업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 자신과 기업 경영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 기업들은 결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 경영자가 바로 설 때 기업 문화와 제도가 바로서고 건강한 조직을 일궈낼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몇몇 기업들의 이른바 ‘경영자 갑질 논란’은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정형화 될 수 없는 경영자의 직무를 훌륭히 수행해 내기 위해선 경영자 스스로에게 필요 되는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하려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 되며, 이런 노력을 보이는 경영자들의 부담감을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선진적 사회문화 역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존경할 수 있는 경영자가 많은 사회, 그리고 이들을 존경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된 사회. 이것이 대한민국이 나가가야 할 방향임을 모르는 자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가 그 시작의 원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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