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서 기업 내 마케팅 활동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언급한바 있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마케팅 기능의 효과성을 인식하였다면 지금부터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전략적 프레임(frame)을 기초부터 밟아 나가는 과정이 수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수학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의 사칙연산 기초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듯,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이론적 지식을 알아야만 시장(market) 및 고객(customer)의 흐름과 요구에 상응하는 경영이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영대학원(MBA)의 마케팅 분과 교육과정에서는 마케팅의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STP전략 수립 과정을 강의한다. STP전략이란 시장을 세분화(S-segmentation) 시켜 나누어 보고, 나누어진 시장 내 존재하는 다양한 고객층 중 핵심 목표 고객(T-targeting)을 정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자리 잡게(P-positioning) 하는 일련의 전략 수립 과정을 말한다. 즉, 드넓은 시장 환경에서 목표로 하는 고객을 정하고 이들에게 자기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감을 의미한다.
이때 드는 중요한 의문 중 하나는 ‘왜 시장을 세분화하고 타겟 고객을 정해야만 하는가?’에 있다. 언 듯 봐서는 굳이 형성되고 만들어진 시장을 잘게 쪼개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현상을 들여다본다면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이 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사업 기회를 창출해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시장 세분화 과정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과거 화장품은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 화장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였으며, 젊음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팔았다. 여성 대다수가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자 이 시장에 매력을 느낀 다수의 기업들이 화장품 제조 및 유통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한편,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 지자 일부 기업들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본으로 돌아가 시장을 ‘성별’ 기준으로 세분화하기에 이른다. 세분화 된 시장에서 그들은 이제까지 화장품 사용의 대상이 아니었던 ‘남성시장’을 발견해 낸다. 화장품 필요성에 대한 남성들이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정확히 간파해 낸 결과였다. 이렇듯 STP전략은 마케팅의 기본이 되는 전략이다. 정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며, 타겟 고객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STP전략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였다면 각 단계별 구체적 내용과 주요 사안에 대해 자세히 숙지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우선 첫 단계인 시장 세분화 과정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장의 범위 내에서 고객들의 특성에 따라 나누어 보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성이란 앞서 예를 들었던 남성 화장품 시장 사례의 ‘성별’의 기준 외에도 나이, 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Social Class), 소비성향, 경제력, 한 분야에 대한 관심정도 등의 다양한 사회적 특성을 포함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이 같은 시장 세분화의 과정은 특히 성장 정체기에서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시장과 고객의 마음은 항상 변화한다.
새로웠던 제품과 서비스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익숙한 것이 되어가고 더욱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는 욕구가 발생한다. 이 같은 시장의 역동성 때문에 변화의 흐름을 잘 읽는 기업은 더 큰 성장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퇴보와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영리한 기업은 현재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시장을 관찰하고 기회를 찾는다. 즉, 시장 세분화의 과정을 게을리 하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고 해도 이 시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이는 기업 성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필요 되는 것이 고객 타겟팅 과정이다.
고객 타겟팅이란 ‘세분화를 통해 나누어진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시장을 대변하는 고객을 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자본력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음으로 모든 시장에서 모든 고객을 상대로 제품을 제공하고 판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자신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몇몇 시장을 선택하여 그 속에서 효과적인 경영을 할 때 지속가능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시장의 특성을 대변하는 고객을 정확히 타겟팅한다는 것은 시장을 대표하는 표준화 된 고객을 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Apple사가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아이팟을 통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MP3 기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고객층을 잘 형상화 하였고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 전략을 가져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변화와 혁신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욕구를 읽고 목표 고객으로 삼아 결국은 아이폰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타겟 고객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마케팅을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사냥감을 잡을 것인지를 정하지 않은 채로 사냥을 나서는 사냥꾼의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정해진 목표가 있을 때야만 목표를 위해 기업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다. 고객 타겟팅의 과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겟 고객이 설정되었다면 STP전략의 마지막 단계인 포지셔닝(Positioning)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포지셔닝을 특별한 한글로 해석하지 않는 이유는 이 과정을 충분히 표현해 낼만한 단어를 한글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恨), 정(情)’등의 정서를 서양 단어를 통해 충분히 설명해 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어찌되었든 포지셔닝은 STP전략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써 ‘타겟 고객의 마음속에 기업이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을 뜻한다. 여기서 고객의 마음속에 기업이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예를 통해 살펴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을 떠올려보자. 무엇이 연상되는가?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 전자·전기 제품, 파란색의 기업로고(CI) 등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다. 이렇게 특정 기업이나 제품·서비스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해당 기업 또는 제품·서비스가 나의 가슴속에 어떠한 이미지로 자리 잡혀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을 떠올릴 때 푸른색이 생각나고 ‘스타벅스커피(Starbucks Coffee)'를 떠올릴 때 녹색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기업 내부에서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위한 광고, 디자인, 인테리어, 홍보, 판촉 등 마케팅 활동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인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상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포지셔닝 전략이 얼마나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내하는 것일까? 이는 방송 3사의 황금 시간대 광고가 몇 천만원을 호가함에도 불구하고 15초의 광고효과를 누리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같은 과정은 잠재적 고객들의 마음속에 기업의 이미지를 심고 나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를 유도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과 기업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며 ‘신뢰’를 쌓게 해줌으로써 지속적인 매출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됨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그 중요성을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시장은 오늘도 바쁘게 변화하고 있다. 신제품에 환호하던 소비자들도 시간이 흘러버린 후에는 또 다른 새로움을 찾는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 내기 위해서 우린 항상 시장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해야만 한다. 그것이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다룬 STP전략은 정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당신의 사업체는 언제나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에 관심을 끈을 놓지 않고 있는가? 그 시장 속에서 누구를 타겟 고객으로 삼아 경영 효율성을 집중하고 있는가? 과연 그 고객들은 당신의 기업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더 큰 도약을 위해 한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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