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본 이상의 것이 요구될 때’ 우리는 플러스 알파(+α)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언제 이 같은 요인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것일까? 철저하게 기본을 지키는 것만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 산업화 초기 과정에서 고객들을 위한 제품의 공급 자체가 부족하던 시기가 특히 그러했다. 시장에 진입하여 대량생산을 통해 ‘기본’을 갖춘 제품을 고객의 품안에 안겨주던 시기에 고객들의 만족에 눈높이는 ‘기본’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해 갔다. 기업 간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제품의 성능은 상향평준화를 이루었고, 고객들은 비슷한 ‘기본’을 갖춘 제품들 속에서 자기들만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골라내는 구매지능이 향상되기에 이르렀다. 경영환경은 나날이 치열해져가고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감에 따라 기업들은 ‘기본 이상의 것’이 필요 되는 시대, 즉, ‘플러스 알파(+α)의 시대’에 놓아지게 된 것이다. 인간이 가정 환경, 자신이 속한 조직 환경, 국가적·시대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듯이, 기업들 역시 이 같은 거대한 시대적 조류(Mega Trend)를 거스를 수 없다. 반대로 경영환경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환경에 맞는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고, 위기를 기회로 바뀌어 내는 기업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 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이 추구해야 할 ‘기본’ 이상의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드러커(1909-2011)는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할 만한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뛰어난 실무자이자 이론가였던 그는 「매니지먼트(Management)」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마케팅(Marketing)과 혁신(Innovation)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생산, 재무, 회계, 인사 등 기업의 다양한 하위 기능들이 존재함에도 유독 ‘마케팅’이라는 기능만을 강조한 이유는 다양한 기능들의 효용을 무시하였다고 보기 보단 초경쟁의 시대에 ‘마케팅’기능이 가지는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은 기업 간 경쟁구도를 바꾸고 경쟁력 확보에 있어 확실한 플러스 알파(+α)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예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된다. 포드(Ford)는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최초로 자동차 대중화에 성공하게 된다. 당시 출시된 ‘T-모델’은 누적판매량이 100만대에 이를 정도로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되었으며, 포드를 단숨에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의 자리에 올려놓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라는 상품이 대중에게 일반화되지 않았기에 포드의 'T-모델'은 고객에게 ‘기본’이 갖추어진 대중화 된 차로써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장밋빛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이내 포드는 고객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같은 색상, 같은 모양으로 붕어빵 찍어내듯 생산되던 'T-모델'의 기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한 가지 자동차 모델에 질려버린 고객들의 기호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먼저 간파한 기업이 지엠(GM)이었다. 중소형사에 지나지 않았던 지엠은 “플러스 알파(+α)”적 요소로써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어떤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든(Any Purse), 어떤 상황에 처한 소비자든(Any Occasion) 상관없이 고객의 다양한 니즈(needs)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일관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펼침으로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고객들의 기호 변화를 감지하고 발 빠른 마케팅 전략을 펼친 지엠은 이때부터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반열에 오르게 되었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시장 내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만약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던 포드가 이 같은 고객들의 기호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1위 기업의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하고 타 경쟁사와 비교하기 힘들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쯤 되면 한 번의 실수가 가져온 결과가 산업 전체의 구도를 바꿔 놓았다고 얘기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산업의 구도가 확 바뀐 예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워크맨을 통해 일본 가전제품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호령하였던 소니가 고객의 니즈를 알아채지 못하고 MP3 방식의 매체 전환에 실패하여 경쟁력을 상실한 사례라던가, 세계 핸드폰 시장의 거대한 산이었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함으로서 1위 기업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사례도 미국의 자동차 시장 사례와 다를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들 사례는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과 고객을 잘 이해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시작이자 끝이다. 미국 마케팅 학회에서는 마케팅을 ‘시장 내 고객(customer)들이 원하고(wants) 필요로(needs) 하는 것을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즉, 시장 내 고객들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부터 고객들을 위한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활동, 재 구매를 유발하기 위한 사후 관리 시스템과 고객관계관리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들에 의해 계속적으로 소비되어야 함은 당연하고도 분명한 사실이기에 기업의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 같은 이유로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 되는 것이다.
필자는 간혹 외부강의나 수업을 통해 ‘마케팅’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예를 들어, 작은 중소 제조기업의 경우 제품 개발이나 R&D 역량 강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경영 방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의문점에 대해서 필자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생산하는 제품의 수가 적고 단순한 상·하청 관계 구조를 가지기에 주력 생산 제품에 집중하고 제품의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에 이 같은 질문에 대하여 ‘맞다’고 답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경쟁기업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확보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이 끊임없이 고민되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자기 사업을 좀 더 크고 안정적으로 경영 하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즉,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감으로서 자기 사업을 더욱 성장시켜나가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이 내재되어 있음을 말한다.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 ‘플러스 알파(+α)’적인 활동이 요구되며 이것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가능해 진다. 소수의 제품 개발에 치중하게 되면 집중도가 높아지는 반면, 외부의 변화에는 둔감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포드가 T-모델의 기능 보완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장과 고객들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제품 개발이나 R&D 역량 강화에만 집중하는 경영이 올바른 경영방식이 ‘아니다’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 활동은 기업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시장의 변화를 예측함으로서 향후 기업이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이 없이 원하는 육지를 찾아가는 것이 불가능 하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시대적 조류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선 ‘마케팅’이라는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케팅’은 과거 ‘영업’, ‘상품을 파는 행위’ 등으로 이해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마케팅은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insight)과 정확한 분석을 요구하며,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적 지식 역시 필요 된다. 즉, 전문적인 지식과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 기업들의 제품별 기능성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초경쟁의 시대’에 품질이라는 기본적인 경쟁 조건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활동인 ‘마케팅’으로 눈을 돌려 효과성을 극대화 해야만 한다.
필자가 경영학 중 국제경영, 전략, 인사 등 다양한 전공을 다루어 보았음에도 이렇듯 ‘마케팅’의 기능과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향후 변화되는 미래 환경에 있어 각 기업들의 생존에 ‘마케팅’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과 믿음 때문이다. ‘마케팅 수업’ 연재를 통해 독자들이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새로운 역량 확보를 위해 시각을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기본’에만 충실하면 경쟁력을 가지던 시대는 갔다. ‘플러스 알파(+α)’가 요구되는 시대, 마케팅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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