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에는 다양한 영역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인사(human resource management), 재무(finance), 회계(accounting) 등등이 말이죠. 그런데 유독 마케팅은 한글 또는 한자어로 해석이 되지 않은채 영문 발음 그대로 '마케팅'이라 읽고 씁는다.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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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는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많은 이견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스포츠라는 광범위한 영역을 ‘농구’라는 종목으로 한정지어 질문한다면 많은 이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 ‘마이클 조던’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늘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에어워크(Air Walk)’로 림을 향해 호쾌하게 내리찍던 덩크슛, 한 골차 승부에서 집요한 수비를 제치고 뛰어올라 던진 슛이 림을 가를 때 사람들은 그의 슛을 더 샷(The Shot)이라 표현했다. 덩크, 외곽슛, 수비에 이르기까지 그는 ‘신이 빗어낸 농구 선수’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명의 영웅만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은 법. 그가 NBA를 평정하고 시카고 불스 왕조를 건국하는데 까지는 ‘스카티 피펜’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다.
피펜은 일반적으로 NBA에 진출하는 선수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식적인 농구 선수로써의 길이 아닌 길거리 농구를 통해 성장하여 결국 NBA에 입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펜의 플레이는 매우 특이했다. 조던의 득점을 지원하는 어시스트를 위주로 플레이를 펼치다가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직접 득점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상대 팀의 골 밑 공격이 강할 때는 직접 골밑에 들어가 힘과 힘의 대결을 펼치고 리바운드를 따내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역할 덕분에 조던은 마음껏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으며, 피펜 자신 역시도 NBA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케팅 이야기를 함에 있어 농구라니 다소 생뚱맞다 느끼시는 분들이 있으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시작함에 있어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내든 근본적인 이유는 오늘 다루고자 하는 ‘마케팅(Marketing) 영역 범위’를 이해하는데 위의 사례가 적절한 비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팀 내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였던 ‘스카티 피펜’은 기업 경영에 있어 ‘마케팅’이 가진 역할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마케팅이라는 기능이 수행하는 역할과 범위가 광범위함을 뜻한다.
기업 내에는 인적자원관리, 생산관리, 전략, 재무, 회계 등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필요 되는 수많은 기능들이 존재하지만 ‘마케팅’처럼 넓은 범위의 활동을 아우르는 영역은 없다. 더 이상하게 다가오는 것은 다른 영역들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해석하여 부르고 있는데 반해, ‘마케팅’은 시장(Market)이라는 영문 단어에 진행형의 의미를 가지는 ‘-ing’ 붙여 특별한 우리말로의 해석 없이 마케팅(Marketing)이라 부르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는 왜 마케팅을 마케팅이라고 부르는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하여 근본적이고 명쾌한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언급하였듯 마케팅 영역이 가지는 다양한 역할을 우리말로 표현해 낼 마땅한 단어가 없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1980년대 마케팅 개념이 소개되었던 시점에 이를 우리말로 표현해 내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배급관리’, ‘조달’, ‘홍보’, ‘광고’ 등 다양한 우리말이 이 영역을 표현해 내기 위해 활용되었지만 결국은 이것들로는 마케팅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를 표현해내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면서 원문 그대로의 표현을 사용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DNA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한(恨)의 정서’라던가 ‘사람관계의 정(情)’을 외국어로 표현해 내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이라는 영역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이 분야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마케팅 기능을 통해 기업의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마케팅의 다양한 활동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시장조사(Market Research)’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제품 출시에 앞서 유사제품이 있는지, 경쟁기업은 어디인지, 시장의 크기는 얼만한지, 향후 얼마만큼의 성장이 기대되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는 작업이 이에 속한다. 현재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리딩 기업 중 대다수에 시장조사 부서가 기업 내 존재하며 이들의 활동을 통해 기업의 미래를 보장받고 있다.
다음으로는 ‘고객행동분석(Consumer Behavior Analysis)’ 활동이 있다.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소비를 하는지, 그들의 소비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고려될 수 있는지, 고객들이 가진 심리적 특성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이를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고객행동분석 활동의 주가 된다. 고객행동분석은 주로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소비재 기업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루이비통 등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LVMH그룹의 핵심 요직 중 하나가 고객행동분석가인 것만 봐도 이 같은 활동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브랜드 관리(Brand Management)’ 역시 마케팅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이다. 브랜드란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가상의 이미지를 뜻하는데 이것을 고객들의 머릿속에 얼마나 긍정적이고 강렬하게 남기느냐가 브랜드 관리 성공의 핵심이 된다. 사실 브랜드 관리의 개념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경영자는 많지 않았다. ‘기업은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만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다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가진 기업인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필자 역시도 2007년 신문기사를 통해 ‘2020년까지 삼성의 브랜드 자산 가치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보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삼성은 전 세계 15위 안에 들어가는 브랜드 자산 가치를 가진 기업이 되었고 그 효과는 여실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의 자산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만큼의 신뢰를 보장받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소비를 하게 됨을 뜻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상품 판매 마진율을 높여 긍정적인 재무성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시켜먹는 아메리카노 한잔이 이름 없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한잔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책정함에도 고객들이 스타벅스를 선택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맥락과 다르지 않다. 어찌되었든 이 같은 브랜드 관리 활동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소, 중견 기업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마케팅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연재를 통해 이를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촉진(Promotion) 활동도 마케팅 영역을 대표하는 활동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바로 이 같은 촉진 활동에 포함된다. 그만큼 전통적이면서도 일반화 되어 있는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촉진 활동은 말 그대로 ‘판매를 촉진 시키는 방안’을 의미하며 그 방법으로써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광고(Advertisement), 뉴스, 신문 등을 통해 공공성에 기초하여 기업 및 제품을 알리는 홍보(Public Relation), 영업 사원 등 인적 자원을 투입하여 고객들로부터 판매를 이끌어 내는 방식인 인적판매(Personal Selling), 다양한 이벤트나 전단지 등을 활용하여 판매를 끌어올리는 판매촉진 방식(Sales Promotion)방식 등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이 촉진 활동에 있어 모든 활동을 전부다 수행해야만 한다라기 보단 기업 상황과 상품에 성격에 맞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매우 다양하고 기본적인 활동이기에 앞으로의 연재물을 통해 다뤄보도록 한다.
자! 이렇듯 마케팅은 매우 다양한 활동을 포괄하는 기업의 기능이자 학문 영역이다. 새로운 시장을 구상하고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며, 제품을 판매를 높이는 방식을 고민할 뿐만 아니라 제품의 마진율까지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접근하는, 경영에 있어선 다양한 기능을 건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농구에 있어 스카티 피펜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린 마케팅을 있는 그대로 마케팅이라 쓰고 마케팅이라 읽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마케팅 활동을 어디까지 한정짓고 있는가? 마케팅의 다양한 기능을 다시금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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