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 유명 강사 설민석을 모든 활동에서 하차하게 만든 논란의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가 4회차에서 의사인 장항석 교수를 모시고 서양 중세시대의
무서운 전염병인 '흑사병'과 관련한 특집을 다루었다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는 역사강사 설민석이 이집트 역사를 설명함에 팩트에 기반하지 못한 과장이
있었고, 이를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인 곽민수씨가 지적하며 큰 문제가 불거졌던
점이었는데, 이번 4회차에서도 흑사병과 관련한 장교수의 강의에 서울대 서양학과
박흥식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재점화 되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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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벌거벗은 세계사' 또 역사왜곡 논란
입력2021.02.01. 오후 1:32
수정2021.02.01. 오후 2:19
"내용·구성 꽝…막연한 공포 불러일으키는 게 목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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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벌거벗은 세계사'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역사적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다시 역사왜곡 문제에 휘말려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해당 프로그램에서 역사강사 설민석은 클레오파트라를 설명하다 사실관계를 잘못 전달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프로그램을 봤다"며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며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나"고 일갈했다.
이어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혹평했다.
또 그는 "강의 전반에 깃들인 중세에 대한 편견은 또 어떠한가"라며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고? 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며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니면 프로그램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며 "그냥 즐거운 오락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비꼬았다.
해당 프로그램의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에 대해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클레오파트라 시대의 배경이 된 장소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관련된 정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에 대한 일화 등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많은 이야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자 tvN 측은 당시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 시간에 맞춰 압축 편집하다 보니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결과물을 송출했다"라며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tvN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향후 다시 보기 등에서는 일부 자막과 컴퓨터그래픽 등을 보강해 이해에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방송된 해당 프로그램은 매회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청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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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 논쟁의 본질은 '전문가의 책임감'에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 기록과 검증이 지금보다 어려웠던 시기에는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의 진위여부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TV나 라디오 출현을 해본 경험상으로 방송국은 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입담과
실력을 갖춘 인물에 목이 마르다. 때문에 처음에는 자신의 전문 영역을 통해
방송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끊임없이 요청되는 요구에 자칫 자신이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의 활동을 하는 판단착오가 생기고 결국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방송인이라면 자신의 캐릭터나 진행 등으로 프로그램 출현진을
리드하는 역량이 중요할테지만 전문가는 미디어에 '전문가'로서 섭외된 것이며,
이에 대해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방송에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는 그 자체가 굉장한 재능으로
받아들여 지기에, 섭외된 '전문가'를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그들만의
특수한 전문성을 살려줄 수 있는 지혜로운 방송국의 구상과 연출 역시
중요하다.
전문가 스스로의 책임감, 그리고 전문가를 섭외하는 방송국의
지혜로운 방송구성이 동시에 필요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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