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2015년 한미약품 주식투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줬지만, 다행스럽게도 좋은 결과로 끝을 맺었다.
집안의 경제를 이끌던 아버님의 부재(不在)가 피부로 와닿을수록 온전히 나로인한, 나의 힘에 의한 경제 생활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압박감이 더해졌다.
대학원으로의 회귀라는 현실적 문제, 당장 경제 생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생각 등으로 나의 생활을 지키면서
경제적 이윤이 창출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수익이었지만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부족한 자금이었고,
주식 전업 투자로써 에너지를 쏟기에는 여러가지 한계점이 있었으며,
투자의 결과 역시 시나리오대로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투자자(investor)의 선택지는 가장 먼저 지웠다.
다행스럽게도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며 지방국립대와 수도권전문대의 겸임교수직과 강사직을 이어나갔기에 입에 풀칠할
만큼의 노동소득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머님을 비롯한 집안 경제를 충분히 이끌수 없었기에 플러스 알파가 반드시
필요했다.
현금 흐름과 유동성이 반드시 필요했다. 일정기간 꾸준한 수익이 담보되는 투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사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창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았을뿐더라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시스템이 잡히는데까지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함으로 창업이라는 선택지 역시 답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자금 내에서 기존 운영되고 있는 사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사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교육사업에서부터 요식업까지 주변 지인들은 물론이고 발품을 팔아
내가 감당할 만한 시스템이 갖추어진 사업이 있을지를 살펴보았다.
교육업에 종사하고 경험도 쌓고 있는 중이었지만 교육 사업이 온라인화 되어가고, 오프라인 강연 시장의 경우
사업체를 이끌어 나갈만큼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태가 아니었음으로 내가 소화시킬 사업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친척형님으로부터 수원 성대역 주변의 '보리네주먹고기'라는 사업체를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시에는 먹물만 먹은 사농공상(士農工商) 마인드가 가득한 놈이었기에 음식점업을 사업체로 운영한다는
발상 자체를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적 성숙이 부족하고 허영심 가득찬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 정도의
사고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친척 형님께서는 오랜 기간 자영업을 운영해오셨었는데, 그 일대 상권 중 가장 사업을 잘하고 있는 사업체니
투자를 하고 운영은 맡아주시는 댓가로 가게를 운영해보는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큰 기대없이 어머님을 모시고 조용히 식사를 할겸 가게를 찾았다.
골목길 구석을 한참을 들어갔다. 모바일 지도로 살펴보아도 잘 찾기 힘들정도의 위치였다.
가신히 찾아 들어가니 허름하기 짝이없고 7개의 테이블이 높여져있는 15평 가량의 작은 가게였다.
이 가게가 정말 맞는건가 싶었다.
오픈 시간에 첫 손님으로 입장하여 약 2시간을 머무르며 가게 상황을 지켜봤다(돌이켜보니 진상 고객이었음).
부슬부슬 비가 오는 와중에도 손님은 꾸준히 찾아왔으며 가게의 규모나 외형에 비해 상당히 자리가 잡혀있는
모양세였다.
다음날에도 찾아갔다. 그 다음날에도. 계획적인 확인과 점검이 필요했다. 그만큼 절실한 투자였으니.
3일 연속으로 가보고, 지인들과 몇 번 더 방문을 하며 사업성을 살폈다.
당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요인들로 계산기를 두들겨보았다(그러나 이것도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잘못된 계산법이다).
이정도의 사업체라면 현재의 내 상황을 커버해줄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뒤, 사업체 대표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포항이 고향인 사업자 대표는 나와는 동갑내기였으며
신혼생활 중인데 때마침 결혼 이후 이곳을 떠날 생각도 있는 상태였다.
이 부분이 당시의 내 생각에 가장 큰 운이었던 것 같다.
정말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는 말이 이럴때 사용될만 하다.
그때부터 '교육직 종사자이자 고깃집 사장'의 이중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전에도 충분히 밥은 먹고 살 만큼의 경제력을 창출하는 사업체라 여겨졌지만,
조금만 더 다듬고 갈고 닦는다면 분명 더 크고 좋은 사업으로 키워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보리네주먹고기'는 과거의 매출의 3배 이상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10명이상 되는 좋은 사업체로 성장하였으며 여전히 매년 30%씩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삼일 밤낮을 이야기해도 부족한 수많은 경험과 학습의 결과였다.
수많은 점들이 모여 선이 되듯 그렇게 이루어진 하나의 결과이며 그 속에 담긴 복잡한 이야기는
사업주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경험을 하나 둘씩 글로 남겨 이후 사업 또는 음식점업을 하는 분들에게 미약하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취지다.
음식점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 이후, 외식을 하러 가면 말한마디라도 친절하고 예의를 차리려 노력한다.
이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큰 고민과 노고를 통해 하루를 버텨내시지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고기굽는 경영학 교수' 정도의 일탈, 남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커리어를 지닌 사람 정도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것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너무 쉽게 백종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는 정말 대단한 사업가다).
강의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츄리닝 차림으로 환복하고 전선에 뛰어드는 삶이 이어져오고 있지만
사업 초기의 나와 지금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막연하지만, 일반 음식점을 경영하며 생기는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들을
경험에서 묻어나는 진솔함으로 하나둘씩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이상석교수 연재 및 방송 > '산전수전' - 자영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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